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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완전히 끊었다. 앞으로 담배 피우는 자들을 깊은 동정심을 가지고 대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이 뿜는 연기는 가끔 몰래 맡기도 할 것이다. 난 그동안 하루 평균 2갑씩 20년을 피워댔다. 돈으로 따지면 대충 6000*5000=30,000,000원. 이런 제기랄. 지금 3천만원 있다면 좋은 차를 한 대 살 텐데.. 오늘은 내 자랑 하나 하겠다. 이게 과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좀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 한 거니까.. 지금 내가 자랑할 건 내 머리가 되게 단단하다는 것이다. 들으면 좀 의아하겠지만 난 고등학교 때 박치기로 볼펜 깨기를 자주 했다. 위 사진에 있는 평범한 모나미 볼펜을 책상 위에 놓고 이마로 받아서 깨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느 날. 교실 뒷편에서 애들이 웅성웅성 하길래 가 보니까 한 놈이 책상 위에 모나미 볼펜을 놓고 이마로 받아서 깨고 있었다. 구경하던 애들이 그 애에게 볼펜 계속 갖다주고.. 나도 첨 볼 땐 참 신기했다. 그런데 걔가 너무 쉽게 볼펜을 깨니까 갑자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나도 어릴 때부터 머리 단단하다는 소린 많이 듣고 자랐으니까. 그래서 해봤는데, 글쎄 볼펜이 박살이 나는 거다. 게다가 걔가 할 땐 볼펜 몸체에 금이 한 두개 가는 정도였는데, 내가 하니까 마치 대나무가 결결이 쪼개지듯 볼펜이 아예 박살이 났다. 구경하던 애들도 깜짝 놀라고.. 나도 그 때까지 내 머리가 그 정도로 단단한 줄은 몰랐다. 그냥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단단한 줄로만 알았지. '이마로 볼펜 깨기'가 첨엔 우리반 차원에서 소박하게 시작되었는데, 곧 유행이 되어 삽시간에 전교로 퍼졌다. 나중에 보니까 아래 층 1, 2학년 애들까지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마다 반 대항전, 개인전 등 마치 스포츠처럼 했는데, 당시 내가 모나미 볼펜을 연속적으로 열 몇 개 깨는데 성공해서 당당히 전교 탑 클래스에 들었다. 대부분 안해봤을 것이기 때문에 감이 잘 안 올 텐데... 당시 통계적으로 모나미 볼펜을 이마로 깰 수 있는 사람은 한 반에서 두 서너 명 정도였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애들 이마가 갑자기 집단적으로 단단해질 리는 없으니.. 그런데 사람 욕심이란게..참 우스운 구석이 있다. 모나미 볼펜만 깨다 보니까, 어느 순간 싸인펜을 깨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금 분명히 말하는데 싸인펜 깰 수 있는 사람.. 반에서 한 명 나오기 힘들다. 기껏해야 전교에서 두 서너댓명일 것이다. 볼펜관 달리 싸인펜 몸체는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싸인펜을 깬다는 건 볼펜 두 개를 한꺼번에 깨는 거 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이다. 나? 물론 깼다. 싸인펜을 첨 깨던 날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반에서 머리 좀 단단하다는 애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고 다른 반 애들까지 와서 도전하다가 역시 줄줄이 이마를 감싸 쥐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할 때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난 그 때 "이거 성공하면 난 정말 뜬다"라는 생각으로 진짜 큰 맘 먹고, 책상 자체를 머리로 박살낸다는 진지한 심정으로 임했다. 그리고 "뻑!!!!!!" 성공!!!!!!!!!! 당시 내가 깬 싸인펜이 파란색 싸인펜이었는데, 내가 너무 세게 받아서 책상 위에 싸인펜 잉크가 살짝 새어나왔다.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단단한 이마를 직접 목격한 급우들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놀랐다. '이마로 볼펜 깨기' 열풍은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매점에서 볼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날 정도로 유행을 하니까 곧 선생들이 '이마로 볼펜 깨기 금지령'을 내려서.. 지금 생각하면 내가 살아오면서 그 동안 뭘 특별하게 잘 한게 있나.. 싶다. 하지만 자신있게 말 하는데 '볼펜 깨기'는 정말 뛰어나게 잘했다. 지금 부산에서 부동산하고 있는 매우 친했던 한 고등학교 친구는 지금도 날 만날 때면 가끔 그런다. "너 그 때 정말 대단(대가리 단단)했었지.." 난 그냥 겸손하게 빙긋 웃는다. 요즘도 가끔 모나미 볼펜, 싸인펜을 보노라면 당시의 화려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서울에 첨 왔을 때 연희동에 살았었다. 연세대와 모래내 중간쯤이었는데 집들이 하면서 중소기업 운영하는 한 선배가 선물을 사왔다. 홍콩에 출장 갔다가 면세점에서 사 온건데 쿠바산 시가 한통 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상표의 제품이었는데 참 괜찮았다. 그런데 시가란게 커서 한 번 피우면 한꺼번에 다 못 피운다. 그래서 피우다 남으면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피우곤 했었는데 자꾸 피다보니까 시가가 너무 커서 확실히 불편하더라. 그래서 시가를 풀어서 종이에 말아피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집 앞에는 동네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당시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난 츄리닝을 입고 교회로 찾아가서 교회에 있던 어떤 아줌마에게 "내가 시골에서 막 올라왔는데 갑자기 성경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데 돈이 없어서 그러니 성격책 한 권 주시면 안돼요?"그랬다. 그러니 그 아줌마는 "교회에 꼭 나오셔야 해요" 이러면서 파란색 기드온 신약 성경책을 한권 주더라. (비틀즈의 'rocky racoon'이란 노래에 '기드온즈 바이블'이란 대목이 나오는데 갑자기 그 노래 생각이 나네..) 그래서 난 그거 말고 옛날 성경책을 달라고 했다. 구약도 읽고 싶다고.. (기드온 성격책은 종이가 두꺼워서 시가를 말아 피우기엔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래서 종이 얇은 옛날 성경책을 하나 얻었다. 한동안 그 성격책을 뜯어서 시가를 말아 피웠다. 참 잘 피웠다. 그 이후 교회엔 나갔냐고? 당연히 안나갔지.. 이게 나의 서울에서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 때의 추억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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